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꽤 기대했습니다. 《육사오》로 코미디 장르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박규태 감독의 신작이었고, 진선규·공명·김지석이라는 배우진 라인업만 봐도 심상치 않았거든요.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 제가 느낀 건 웃음이 아니라 당혹감이었습니다. 코미디 영화를 보면서 단 한 번도 웃지 못했던 경험, 저는 이 영화에서 처음 해봤습니다.전남편·현남편 공조라는 설정, 얼마나 매력적이었을까영화 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형사 황충식은 전처와 딸이 마약 조직 두목 마도준에게 납치되자 협박을 받게 됩니다. 그 납치 사실을 전처의 현 남편, 수의사 이민석도 알게 되면서 이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사건을 해결하려는 구조입니다.제가 처음 이 설정을 들었을 때는 "이거 재밌겠는데?" 싶었습니다. 전 남편과 현 남편이 한..
앤서니 홉킨스가 한니발 렉터로 스크린에 등장한 시간은 전체 러닝타임의 고작 16분 남짓입니다. 그런데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30년이 지난 지금도 영화사에서 가장 섬뜩한 악당으로 회자됩니다. 제가 처음 이 사실을 접했을 때 솔직히 믿기지 않았습니다. 16분으로 어떻게 영화 전체를 장악하는가 — 그 답을 직접 확인하고 싶어 넷플릭스를 켰습니다.심리 프로파일링: 렉터와 스탈링의 정보전영화가 시작되자마자 FBI 행동과학부(Behavioral Science Unit, BSU)라는 단어가 등장합니다. 여기서 BSU란 연쇄살인마나 성범죄자처럼 특수한 행동 패턴을 보이는 범죄자를 심리학적으로 분석해 수사에 활용하는 FBI 내 전문 부서를 가리킵니다. 실제로 FBI가 1972년 설립한 조직으로, 오늘날 범죄..
복수극이 통쾌하려면 주인공이 끝까지 '옳은 편'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만약 정의를 외치던 주인공이 어느 순간 스스로 괴물이 된다면, 그 복수는 여전히 정당한 걸까요. 저는 그 불편한 질문을 안고 넷플릭스에서 영화 (2009)을 다 봤습니다. 처음 두 시간은 손이 땀으로 흥건했고,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는 묘하게 씁쓸했습니다.사법거래,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제도영화의 출발점은 플리 바게닝(Plea Bargaining)입니다. 여기서 플리 바게닝이란 검사가 유죄 인정을 조건으로 피의자에게 형량을 대폭 낮춰주는 사법 협상 제도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자백하면 깎아줄게"라는 거래인데, 미국 형사 사건의 90% 이상이 이 방식으로 마무리된다는 사실이 이미 여러 법학 연구에서 확인됩니다(출처: 미국 법무통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