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네 친구가 살인 누명을 쓰며 우정이 산산조각 나는 영화가 있습니다. 제목은 , 직역하면 '영광의 날'입니다. 저는 제목만 보고 청량한 바닷가 로드무비를 기대했는데, 30분도 지나지 않아 그 기대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찬란해야 할 스무 살이 어떻게 파국을 맞는지,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생각보다 훨씬 묵직했습니다.반어적 제목이 숨긴 것: 스무 살의 법적 책임과 사회의 덫'글로리데이'라는 제목은 일종의 반어법(irony)입니다. 반어법이란 말하고자 하는 내용과 정반대의 표현을 써서 메시지를 더 강렬하게 전달하는 수사 기법인데, 이 영화는 제목 자체부터 그 장치를 쓰고 있습니다. 영광의 날이라는 이름 아래 실제로 펼쳐지는 건 억울한 누명, 어른들의 이기심, 그리고 무너져 내리는 우정입니다.영화의 ..
솔직히 저는 제이슨 스타뎀 영화라면 무조건 재밌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를 보고 나서야 그 믿음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세계 1위 킬러 비숍이 교도소에 잠입해 타깃을 제거하고, 납치된 여자친구를 구하기 위해 동남아 범죄 조직 전체를 상대로 싸워나가는 이 영화는, 통쾌함과 허전함을 동시에 안겨준 묘한 작품이었습니다.배경: 세계 1위 킬러가 교도소에 들어간 이유영화의 출발점은 단순합니다. 전직 킬러 비숍은 손을 씻고 조용히 살고 싶었지만, 업계는 그를 내버려두지 않았습니다. 동남아 범죄 조직의 보스 크레인이 여자친구 지나를 납치하고, 라이벌 세 명을 제거해 주면 풀어주겠다는 거래를 제안합니다. 이른바 강제 청부살인(Forced Contract Killing), 즉 협박을 ..
밤새 잠을 못 이루며 누군가가 보낸 글을 읽어 내려간 경험이 있다면, 수전의 감정이 조금은 이해될 겁니다. 아니, 저는 그 감정이 이해됐습니다. 톰 포드 감독의 2016년작 는 시작 5분 만에 저를 완전히 사로잡았습니다. 갤러리 디렉터 수전이 19년 만에 전 남편 에드워드로부터 받은 소설 한 권을 읽으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허구와 현실 사이를 오가는 이 영화는, 단순한 스릴러가 아닌 죄책감과 복수에 관한 정교한 심리극입니다.액자식 구조와 미장센: 톰 포드가 설계한 긴장의 문법이 영화를 처음 틀었을 때 제가 가장 먼저 받은 인상은 "이건 보여주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오프닝의 현대미술 전시 장면은 화려하면서도 불편했고, 그 불편함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감정의 토대가 됩니다. 톰 포드 감독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