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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개봉 당시 유니버설 픽처스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 맞서 야심차게 설계한 공유 세계관 프로젝트 '다크 유니버스'의 첫 번째 작품으로 출시된 영화 <미이라>는, 북미 박스오피스 오프닝 주말 3,200만 달러라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기록하며 혹독한 세례를 받았습니다. 저는 어릴 적 브렌든 프레이저 주연 원작에 대한 향수와 톰 크루즈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기대치를 한껏 끌어올린 채 넷플릭스 화면 앞에 앉았습니다. 과연 그 기대는 정당했을까, 지금부터 제가 느낀 것들을 솔직하게 풀어보겠습니다.
세계관: 다크 유니버스가 짊어진 무게
유니버설 픽처스가 1920~50년대 클래식 몬스터 공포 영화들—드라큘라, 프랑켄슈타인, 투명인간 등—을 하나의 공유 세계관으로 묶으려 한 기획이 바로 '다크 유니버스'입니다. 여기서 공유 세계관(Shared Cinematic Universe)이란, 독립된 여러 편의 영화가 동일한 세계 내에서 벌어지는 사건으로 연결되어 등장인물과 설정을 공유하는 제작 방식을 의미합니다. 마블이 아이언맨(2008)으로 그 가능성을 증명했고, 유니버설은 그 공식을 고전 몬스터 IP에 이식하려 했습니다.
영화 속에는 이 세계관의 운영 조직 '프로디지움(Prodigium)'이 등장합니다. 프로디지움이란 괴물과 고대 악의 존재들을 연구하고 봉인하는 비밀 기관으로, 러셀 크로우가 연기한 지킬 박사가 수장으로 나옵니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라는 이중 자아 설정은 그 자체로도 매력적인 소재인데, 이 인물이 영화 안에서 상당한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저는 처음부터 마음에 걸렸습니다. 주연인 아마네트보다 시리즈 포석이 더 눈에 띄는 구조는, 제가 직접 감상하면서 가장 먼저 피로감을 느낀 지점이기도 했습니다.
이집트 신화에서 모티브를 따온 아마네트 공주는 실존 인물이 아닙니다. 강인하고 야망 넘치는 이집트 여성 신격들—예컨대 이시스(Isis) 여신 등—에서 캐릭터의 뼈대를 차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시스는 이집트 신화에서 마법과 치유를 관장하는 여신으로, 죽은 자를 부활시키는 능력과 깊이 연결된 존재입니다. 아마네트가 죽음의 신 세트(Set)와 계약해 부활을 꾀하는 서사 구조는 이 신화적 맥락과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 다크 유니버스: 유니버설 클래식 몬스터들을 하나로 묶는 공유 세계관 프로젝트
- 프로디지움: 고대 악의 존재를 연구·봉인하는 비밀 조직, 지킬 박사가 수장
- 아마네트: 이집트 신화 속 이시스 등 강인한 여성 신격에서 모티브를 차용한 창작 인물
- 공유 세계관 첫 작품의 숙명: 독립 서사와 시리즈 포석 사이의 균형 문제
완성도: 볼거리와 서사 사이의 간극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군용 수송기 추락 시퀀스에서 구현된 무중력 액션은, 톰 크루즈가 실제로 항공기 내부에서 무중력 상태를 만들어 반복 촬영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장면이었습니다. 여기서 무중력 촬영이란 항공기가 포물선 비행(Parabolic Flight)을 반복하며 기내에서 짧은 시간 동안 실제 무중력 환경을 만드는 기법을 말합니다. CG로 때운 것이 아니라는 체감이 화면 너머로도 전달됐고, 영국 도심을 덮치는 모래폭풍과 좀비 군단의 비주얼 역시 제 눈을 충분히 사로잡았습니다.
그런데 서사로 시선을 옮기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영화 비평 집계 사이트 로튼토마토(Rotten Tomatoes)에 따르면 <미이라> 2017년작의 신선도 지수는 16%에 그쳤습니다(출처: Rotten Tomatoes). 비평가들이 공통으로 지목한 약점은 장르적 정체성의 혼재였습니다. 장르적 정체성(Genre Identity)이란 영화가 공포, 액션, 어드벤처 중 어느 감각을 관객에게 주축으로 전달하려 하는지를 뜻하는데, 이 작품은 세 가지를 동시에 잡으려다 어느 하나도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했습니다.
1999년 원작 <미이라>와 비교해보면 이 차이가 더욱 뚜렷합니다. 원작은 어드벤처 코미디라는 명확한 방향성 아래 CG의 조잡함조차 흥겨움으로 소화했습니다. 제가 직접 두 편을 연달아 봤을 때, 18년 전 영화가 주는 리듬감과 캐릭터 간 케미스트리가 오히려 더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마네트 역의 소피아 부텔라는 이 영화에서 사실상 가장 인상적인 존재였습니다. 전신에 새겨진 상형문자 타투와 두 개의 동공이라는 비주얼, 그리고 그 눈빛 연기만으로 화면을 장악하는 흡인력은 분명히 빛났습니다. 그러나 그 매력이 충분히 전개될 서사 공간이 지킬 박사와 프로디지움 설정에 의해 잠식당했다는 점이, 제 경험상 이 영화에서 가장 아쉬운 대목입니다.
다크 유니버스의 미래: 첫 단추가 남긴 교훈
결과적으로 <미이라> 2017년작은 다크 유니버스의 시작이자 사실상 그 시리즈의 종언을 함께 알린 작품이 되었습니다. 유니버설은 이후 드라큘라, 투명인간, 프랑켄슈타인 등을 연결하는 후속 기획을 전면 재검토했고, 현재는 개별 작품 단위로 리부트(Reboot)를 진행하는 방향으로 선회했습니다. 여기서 리부트란 기존 시리즈의 연속성을 끊고 세계관과 캐릭터를 완전히 새롭게 재설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2020년 블럼하우스 프로덕션과 협업해 만든 <인비저블 맨>이 그 성공 사례로 꼽히며, 로튼토마토 신선도 91%를 기록했습니다(출처: Rotten Tomatoes).
제가 이 두 작품을 비교하면서 뚜렷하게 체감한 것은, 공유 세계관보다 단독 서사의 밀도가 관객 신뢰를 더 빠르게 쌓는다는 점입니다. MCU도 아이언맨 한 편이 먼저 서사적으로 완결되었기 때문에 어벤저스라는 확장이 설득력을 얻었습니다. 반면 <미이라>는 첫 편부터 지킬 박사를 등장시키며 '다음 편을 위한 다음 편'처럼 기능하게 만들었고, 그 결과 닉 모튼이 저주에 걸려 정체성을 잃어가는 서사—그 자체로는 꽤 흥미로운 설정—가 충분히 무르익지 못했습니다.
제 경우엔 결말부의 처리가 특히 작위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수천 년간 봉인당한 공주와의 대결이 불과 수 분 안에 정리되고, 닉 모튼이 새로운 힘을 얻어 사막으로 사라지는 마무리는 속편을 위한 열린 결말이라기보다 미완성 원고의 마지막 페이지처럼 읽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피아 부텔라의 아마네트는 앞으로도 오래 회자될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이 역할이 그녀를 할리우드 주류 무대에 본격적으로 올려놓은 기점이 되었다는 점에서, 영화의 의미는 서사 밖에서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미이라 2017이 1999년 원작보다 재미없다는 평가가 많은 이유가 뭔가요?
A. 1999년 원작은 어드벤처 코미디라는 장르적 방향성이 명확해서 캐릭터 간 케미스트리와 리듬감이 일관되게 유지됩니다. 반면 2017년작은 공포, 액션, 첩보 스릴러를 동시에 추구하다 보니 어느 장르의 쾌감도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했고, 여기에 다크 유니버스 포석을 위한 설정이 본편 서사 공간을 잠식했습니다. 단일 영화로서의 집중도 면에서 원작이 훨씬 유리한 구조입니다.
Q. 다크 유니버스는 현재도 진행 중인가요?
A. 사실상 중단 상태입니다. 유니버설은 <미이라> 흥행 부진 이후 공유 세계관 연결 기획을 재검토했고, 이후 <인비저블 맨>(2020) 등은 다크 유니버스 로고 없이 독립 리부트 방식으로 제작되었습니다. 공식적으로 다크 유니버스 해체를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개별 작품 중심 전략으로 전환한 상태입니다.
Q. 아마네트는 실제 이집트 역사에 존재하는 인물인가요?
A. 아닙니다. 아마네트는 실존 인물이 아니라 이집트 신화 속 강인한 여성 신격—특히 마법과 부활을 관장하는 이시스 여신—에서 모티브를 따온 창작 캐릭터입니다. 다만 파라오 왕권 계승과 관련된 역사적 맥락, 상형문자, 제의적 봉인 등의 요소는 실제 고대 이집트 문화를 참조해 설계되었습니다.
Q. 소피아 부텔라 말고 영화에서 볼 만한 포인트가 있나요?
A. 군용 수송기 추락 시퀀스의 무중력 액션 장면은 실제 포물선 비행을 통해 촬영된 것으로 시각적 완성도가 높습니다. 영국 도심을 덮치는 모래폭풍과 좀비 군단의 CG 비주얼도 스펙터클 면에서는 충분히 값어치를 합니다. 순수하게 오락 블록버스터로 접근한다면 110분을 지루하지 않게 보낼 수 있는 작품입니다.
결론
<미이라> 2017년작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볼거리는 합격, 서사는 미완성.' 소피아 부텔라의 아마네트는 이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존재였고, 톰 크루즈의 리얼 액션 고집은 여전히 유효했습니다. 그러나 다크 유니버스라는 거대한 기획의 무게가 첫 편부터 너무 많은 것을 요구했고, 그 압박이 결국 아마네트와 닉 모튼의 대립이라는 핵심 서사를 희석시켰습니다.
원작 시리즈의 팬이라면 비교 감상 차원에서 한 번쯤 볼 이유는 충분합니다. 다만 처음부터 독립된 완결 서사를 기대하기보다, 파일럿 에피소드처럼 받아들이는 편이 실망을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접근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니버설이 이후 <인비저블 맨>으로 방향을 수정해 성공을 거둔 것을 보면, 결국 이 영화의 실패는 세계관보다 이야기가 먼저라는 단순한 원칙을 비싼 수업료로 재확인한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