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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사마귀>는 <길복순>과 동일한 세계관을 공유하는 스핀오프 작품입니다. 킬러들이 회사에 소속되어 서로 서열을 다투는 이 세계관을 처음 접했을 때, 저는 뭔가 이상하게 익숙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화면 속 피 튀기는 경쟁이, 제가 오래 버텨온 직장의 어느 회의실 풍경과 묘하게 겹쳐 보였기 때문입니다.
킬러 비즈니스 세계관, 낯설면서도 낯설지 않은 이유
<사마귀>의 세계관에서 살인은 하나의 산업(industry)입니다. 여기서 산업이란 단순히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법인격을 갖춘 회사들이 존재하고 소속 계약과 내부 규칙이 작동하는 체계화된 시장을 의미합니다. 이 업계의 원톱 회사 MK는 설경구 배우가 연기한 차민규가 세운 곳으로, 전작 <길복순>에서 그가 세계관 최강자로 군림했다는 사실이 <사마귀>의 출발점이 됩니다.
이 세계관에는 킬러들이 반드시 따라야 할 세 가지 규칙이 있습니다. 규칙을 어기면 표적이 되는 구조인데, <길복순>에서 길복순이 세 번째 규칙을 위반하고 결국 차민규를 죽이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납니다. <사마귀>는 바로 그 이후, 차민규의 공백이 만들어낸 권력 다툼을 정면으로 다룹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제가 직장을 다니면서 목격했던 광경, 즉 핵심 인물 한 명이 빠지자 조직 전체가 흔들리고 기존 서열이 무너지던 그 혼란이, 킬러 회사의 언어로 정확히 재현되고 있었거든요. 세계관의 규칙이 정교할수록 그 안에 갇힌 사람들의 모습이 더 사실적으로 보인다는 게 이 시리즈의 힘입니다.
- MK: 차민규가 설립한 업계 1위 킬러 회사, 전작 <길복순>의 주요 무대
- NK: 차민규와 독고가 함께 만든 회사. 차민규 사망 후 존폐 위기에 처함
- 3대 규칙: 킬러 업계 전체를 규율하는 불문율로, 위반 시 표적이 되는 구조
- 스핀오프(spin-off): 기존 작품의 세계관·설정을 공유하되 주인공과 중심 이야기를 달리하는 파생작을 의미합니다
임시완의 액션, 무협에 가까워진 연출 스타일
<길복순>에서 이름만 언급되었던 사마귀는 이 작품에서 임무 수행 능력 면에서 길복순과 동급이거나 그 이상으로 묘사됩니다. 사마귀라는 별명은 양손에 낫 형태의 무기를 들고 싸우는 오프닝 시퀀스에서 비로소 그 의미가 밝혀지는데,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캐릭터의 정체성이 단번에 각인됩니다.
감독이 전작과 달라지면서 액션 연출 스타일에도 눈에 띄는 변화가 생겼습니다. <길복순>이 날 것의 리얼리티를 강조했다면, <사마귀>는 무협(武俠) 장르에 가까운 정교한 합(合)을 보여줍니다. 무협이란 중국 전통 무술 문화를 바탕으로 한 장르로, 각 인물이 시그니처 무기와 고유한 전투 스타일을 갖추고 복잡하게 엮이는 대련 구도가 특징입니다. <사마귀>에서 대부분의 캐릭터가 저마다의 고유 무기를 사용한다는 점이 이 장르적 DNA를 잘 보여줍니다.
임시완 배우의 피지컬이 이 연출 방향과 맞아떨어졌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복잡한 동선과 타이밍을 요구하는 합 장면들을 소화하는 모습은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강렬했습니다. 다만 주인공 사마귀가 이야기 중반부터 염세적인 태도로 물러나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그 액션을 충분히 즐기기도 전에 화면 중심이 다른 인물로 넘어가 버린다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길복순>의 카메오였던 황정민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는 양동근이 오프닝에 등장하는 방식도, 세계관의 연속성을 조용히 쌓아가는 재미있는 장치였습니다.
사마귀·신제이·독고, 스승과 제자가 칼을 겨누는 구도
차민규 사망 이후 NK가 흔들리자, 차민규와 함께 회사를 설립했다가 은퇴했던 독고가 복귀합니다. 독고는 사마귀의 스승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사마귀가 NK 시절부터 마음에 두었던 신제이는, NK를 나와 영세한 소속사에서 빈곤하게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이 세 인물의 관계가 이야기 전체를 이끌어가는 서사적 골격(narrative framework)입니다. 여기서 서사적 골격이란 인물들 사이의 감정선과 이해관계가 맞물려 갈등이 어떻게 촉발되고 해소되는지를 규정하는 구조를 말합니다.
게임 회사 CEO 벤자민 조가 킬러 비즈니스에 투자를 시도하면서 구도가 더 복잡해집니다. 사마귀와 의견 충돌이 생기자 신제이가 벤자민과 손을 잡고, 사마귀가 과거 신제이에게 의도적으로 져준 대결 영상이 유출되면서 신제이의 업계 위상이 단숨에 뛰어오릅니다. 그 자본을 등에 업고 신제이는 MK를 무너뜨리려 하고, 독고에게 피 묻은 칼을 보내 대결을 신청합니다.
제 경험상, 오래 함께한 동료와 성과 배분을 두고 대립하는 순간이 가장 쓸쓸합니다. 영화 속 사마귀와 신제이, 그리고 스승 독고가 각자의 명분과 이익을 위해 서로에게 칼끝을 겨누는 삼파전 구도는, 그때 제가 느꼈던 무력감과 회의감과 정확히 같은 온도였습니다. 조직이 만들어놓은 경쟁 시스템 안에서 오래된 관계도 결국 이해관계 앞에서 흔들린다는 것, 이 영화는 그 지점을 꽤 날카롭게 포착합니다.
삼파전의 결말은 복잡합니다. 사마귀는 신제이를 살리기 위해 독고와 2대 1로 싸우려 했지만, 신제이는 이를 1대1대1로 받아들여 사마귀까지 공격합니다. 사마귀는 신제이 때문에 방심하다 독고에게 큰 부상을 당하고, 결국 둘이 협력해 독고를 무력화합니다. 사마귀가 독고를 죽이지 않자 신제이가 그 마무리를 짓는 장면은, 스스로가 살아온 삶의 방식을 그대로 투영한 행위처럼 읽혔습니다.
도덕적 무감각, 이 세계관을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할까
살인을 평범한 비즈니스로 그리는 방식은 냉혹한 자본주의 사회의 인격 말살과 경쟁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현실을 투영한 것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실제로 출처: 한국영상자료원(KMDb)에 따르면, 2020년대 한국 느와르 장르는 기업형 범죄 조직을 소재로 삼아 현대 조직 문화의 폭력성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작품들이 두드러지게 늘었습니다. <사마귀>와 <길복순> 시리즈도 그 흐름 안에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조금 달랐습니다. 장르적 장치로서 살인 비즈니스를 이해하면서도, 화면이 반복될수록 도덕감각이 서서히 마비되는 느낌이 유쾌하지 않았습니다. <길복순>보다 찝찝함이 더 짙게 남았던 건, 세계관 내부의 논리가 촘촘해질수록 그 논리를 의심하게 만드는 장치는 오히려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도덕적 무감각화(moral desensitization)란 폭력이나 비윤리적 행위에 반복 노출되면서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는 심리적 과정을 의미합니다. 출처: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에 등재된 미디어 심리 관련 연구들에서도 폭력적 콘텐츠의 장기 노출이 이 기제를 강화한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지적됩니다.
서사적 완성도 측면에서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주인공 사마귀가 이야기 중반 이후 염세 모드로 물러나 있는 동안 신제이 중심으로 내용이 흐르면서, 제목이 가리키는 인물이 정작 이야기의 주체가 되지 못하는 상황이 길어집니다. 열등감이나 짝사랑 같은 개인적 서사가 킬러 세계관의 팽팽한 긴장감을 누그러뜨리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점도, 전작의 단점을 그대로 안고 간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게 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사마귀 영화, 길복순 먼저 봐야 하나요?
A. <사마귀>만 단독으로 봐도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는 큰 무리가 없습니다. 다만 차민규라는 인물이 왜 죽었는지, MK라는 회사가 어떤 위상을 가졌는지 맥락을 알고 있으면 <사마귀>의 긴장감이 훨씬 선명하게 느껴집니다. 제가 먼저 <길복순>을 보고 이 작품을 봤는데, 세계관이 쌓이는 느낌이 확실히 달랐습니다.
Q. 사마귀와 길복순, 세계관에서 누가 더 강한가요?
A. 작품 내 묘사를 기준으로 하면, 차민규와 사마귀가 세계관 최강자 동급으로 그려집니다. 길복순과 독고는 그보다 한 단계 아래 동급으로 설정되어 있고, 신제이는 그 아래로 평가됩니다. 다만 이 서열이 절대적이라기보다 상황과 컨디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단순 비교보다는 각 인물의 전투 스타일 차이를 보는 재미가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Q. 사마귀 엔딩, 속편이 나올 가능성이 있나요?
A. 엔딩에서 신제이가 MK를 인수하고 벤자민을 배신하면서 사마귀가 벤자민을 처리하게 된다는 암시를 열어두고 마무리됩니다. 세계관 자체가 속편을 전제로 설계된 구조처럼 보이지만, 2025년 8월 기준 공식 속편 발표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특성상 시청 지표에 따라 제작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Q. 임시완 액션, 실제로 볼 만한가요?
A. 제가 직접 봤을 때, 임시완의 액션은 예상보다 훨씬 본격적이었습니다. 낫 형태 무기를 양손에 들고 펼치는 오프닝 시퀀스가 특히 인상적이고, 무협 스타일의 복잡한 합을 소화하는 장면들도 완성도가 높습니다. 다만 주인공임에도 중반 이후 액션 비중이 줄어드는 점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결론
<사마귀>는 감각적인 비주얼과 무협 스타일 액션, 그리고 세계관의 연속성이라는 세 가지 면에서 분명한 장점을 가진 작품입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오래 생각했던 건 액션보다 오히려 그 안의 인간관계였습니다. 서로를 짓밟고 서열을 매겨야 살아남는 구조가, 킬러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제가 겪어온 직장 생활의 언어로도 읽혔기 때문입니다.
다만 서사적 완성도와 주인공 사마귀의 존재감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도덕적 무감각화를 견제하는 장치 없이 세계관의 논리만 정교해지는 방향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전작 <길복순>을 재미있게 봤고 임시완의 액션이 궁금하다면 충분히 볼 가치가 있습니다. 단, 스토리의 깊이보다 장르적 쾌감을 기대하고 접근하는 쪽이 후회가 없을 것 같습니다.